헤드헌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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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성은의 Job學사전 5] 직장생활 롱런 비법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Writer 관리자 Issue date 2024-01-09 Read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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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도 이제 마지막 12월 달력 한 장 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맘때면 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무리하고 인사발령을 발표한다. 물론 해외주재원 파견인력도 포함해서다.

    필자의 30여년 직장생활 중 해외주재원으로 파견 근무한 기간은 총 13년. 국가는 미국,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3개국이지만 관련 업무 출장을 다녀온 나라를 합치면 60개국이 넘는다. 이 중 100번 이상 방문했던 나라도 5개국이나 되니 그야말로 5대양 6대주를 내 집 드나들듯 누빈 셈이다. 그동안 쌓인 항공사 마일리지가 총 3백만 마일이 넘었으니 가히 국제선 파일럿 수준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간혹 ‘늘 세계여행을 다니니 부럽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비행기를 많이 타면 겪어야 되는 시차 적응과 고산지대 적응, 풍토병 예방 등 힘들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환승 시간을 포함해 무려 30여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갇혀 있어야 하는 고통을 겪은 뒤 겨우 2시간 남짓 미팅하고 다시 돌아왔던 1박 5일의 출장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가끔 정부기관이나 대학의 요청을 받아 "플랜트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이라는 특강을 할 때면 우스개 소리로 "내 인생의 1/3은 한국, 1/3은 외국 그리고 나머지 1/3은 비행기안에 있었다"고 좀 과장해서 말하기도 한다.
    해외출장을 수없이 다니다 보니 그만큼 많은 에피소드가 쌓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필자의 취업 강의를 8시간내내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대학졸업반 취준생들에게 지루함을 없애주는 좋은 얘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대기업에서 연말에 발령받은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현지 부임전 교육을 했을 때에는 중동 로얄패밀리의 성향과 프로토콜 방법, 동남아시아인들의 비즈니스 전략, 열정적인 남미사람들의 특성 등 여러가지 주제를 다루면서 아래 에피소드를 전달하곤 했다.

    그 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은 2008년 12월 26일 LG그룹 재직당시 인도네시아법인 주재 발령을 받고 비행기에 올랐을 때의 일이다. 보통 해외주재원 발령을 받으면 최소 3~4년은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약 두 달 간의 사전 현지화 교육을 받고 출국한 날이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다음날이었다.

    비행기를 탈 때는 몰랐는데 현지 시간으로 오전 9시에 수마트라 북부의 가장 큰 도시인 아체 지역에서 진도 9.3의 역대급 강진이 일어났다. 이로 인한 사상자가 공식적으로 16만명이 넘었던 세계 역사상 최악의 지진이었다. 당시 성탄 연휴를 맞아 놀러온 수많은 해외여행자도 있었는데 독일의 희생자만 천명이 넘었으니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주재원으로 부임한 첫날이 국가적인 애도기간의 시작이었으니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그 유명한 이집트의 ‘피의 금요일 사건’도 필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2013년 7월 6일, 해외 자원 개발 및 플랜트 수출 지원을 위해 당시 산업자원부 차관이 단장을 맡고 국내 경제협력 5단체장과 주요 대기업 관계자가 참여하는 경제사절단이 구성되어 이집트 방문길에 올랐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이미 카이로 시내에는 장갑차 및 무장병력들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모든 일정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져 있었다. 간밤에 무르시 대통령 찬반을 두고 수주전부터 있었던 소요사태가 결국 무력충돌로 이어져 수백명의 사상자를 내게 된 것이다. 국가비상상황이라 미리 정해져 있던 정부기관들과의 모든 일정이 취소되고 꼼짝없이 호텔에 수일간 갇혀 있었던 아찔한 기억이다.

    이외에도 스칸디나비아 상공에서 터뷸런스에 항공기가 추락할 뻔했던 기억, 독일 비스바덴에서 새와 항공기가 충돌해 비상착륙했던 사건, 유럽 출장길에 아일랜드 화산 폭발로 모든 항공기가 일주일이상 뜨질 못해 독일에서 발이 묶였었던 기억, 베네수엘라 에이전트 납치사건과 모잠비크에서 황열병에 결려 죽을 뻔한 사건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꼭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IMF 외환위기중 수주전에 승리했을 때, 남미에서 13조원 규모의 수주를 해서 미국 본토에 현지인 200명 이상을 채용했을 때, 아프리카 신생국 모잠비크에서 한국을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젊은 기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던 프리젠테이션 등 가슴 벅차고 감동적이며 큰 보람을 느꼈던 기억들도 많기에 힘들었던 해외주재원 생활을 버텨낼 수 있었고 지금은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직장 경력이 되었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 직장생활도 늘 기회와 위기, 성공과 실패, 성취와 좌절이 공존한다.
    20대 사회초년생부터 제 2의 인생을 꿈꾸며 퇴직을 준비해야 하는 50대 직장인까지 어느 누구도 순탄하기만한 직장생활을 할 수는 없다. 성공한 직장인으로 롱런한 사람들은 모두 역경을 극복하고 변화에 대비하며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은 사람들이다.
    거친 풍랑과 파도가 훌륭한 항해사를 키우듯이 직장생활의 난제들과 맞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새 내 직장 경력은 자랑스러운 에피소드들로 가득 찰 것이다.

    "We are flying to come here to find you"
    2010년 당시 SK 주재원으로 미국 본토에 사업을 런칭하고 200여명의 역량있는 현지인들을 채용할 때 yahoo에 올렸던 광고 문구이다. 나의 역량과 경력이 성장해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면 세계 어느 나라의 기업이든 당신을 모시러 찾아올 것이다.

    연말 인사철이다. 직장인 독자분들 모두 원하시는 인사발령을 받으시고 성공한 직장인으로 롱런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작성일자: 20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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