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칼럼

    헤드헌터 칼럼

    좋은 헤드헌팅은 '호호호'이다 - 두번째 헤드헌터 인터뷰
    Writer 이단비 Issue date 2025-09-16 Read 6
    CONTENTS

    -에이스파트너스서치펌의 헤드헌터 김미숙의 인터뷰내용.

    -자산운용사 인사 팀장에서 헤드헌터로

    Prologue – '김미숙 다시 보기’의 시작점

    자산운용사 인사 팀장에서 3년 차 헤드헌터로.

    김미숙 상무에게 헤드헌팅은 단순한 직업 전환이 아닌 “김미숙 다시 보기의 여정”이다. 그녀는 이 일을 통해 "나를 다시 보고, 나를 다시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헤드헌팅은 모두에게 '좋음'을 가져다주는 일이다."

    1. What Now — 4일 만에 입사시킨 비결

    스피드의 철학

    "채용사는 항상 급해요. ASAP(As Soon As Possible)이 제일 좋은 거예요."

    의뢰받고 4일 만에 입사까지 진행된 경우가 있다. 수요일에 기업에서 인재 서치 의뢰를 받아 목요일에 이력서 전달, 금요일 면접 진행 후 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시킨 경우다. 이는 단순한 빠름이 아니다. 클라이언트(기업 고객)와 후보자(이직자) 양쪽의 요구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정확한 매칭의 결과다.

    이 포지션은 사실 육아휴직 대체 계약직 채용 건이었다. 현직자에게 정규직 전환이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는 인기가 없다. 기업으로서는, 업무 공백이 길어지면 부담되는 자리가 있다. 채용이 시급하나 능력 있는 후보자를 시장에서 빠르게 찾는 건 쉽지 않다.

    경력 공백이 있는 구직자, 경력 보유 여성에게 이런 포지션이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일단, 재취업 기회로 실무를 빠르게 익히고 사회에 다시 적응해 가며 다소 느슨해진 네트워크를 복구하고 새로 만들어가는 일은 다음 커리어의 든든한 연결고리가 되어줄 수 있다.

    연봉 인상의 법칙

    "지금 이 회사가 좋다. 이직할 이유가 없다. 내가 이직하는 건, 연봉 00% 인상이다."

    지인에게 후보자를 추천받아 접촉했을때 돌아온 대답이다. 한마디로 완곡한 ‘아니오’ 였다. 다른 헤드헌터들이 거절의 신호로 받아들였던 이 대답을, 김 상무는 조금 다르게 접근했다.

    ‘당신이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그러면 나도 자신 있어. 해보자.’

    왜냐하면 이분을 정말 괜찮은 분으로 추천받았기 때문에 ‘그렇다면 해볼 수 있지. 00% 인상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김 상무는 클라이언트를 설득해 냈다. 기업은 후보자 채용에 만족했고, 그의 조건을 모두 수용했다. 그때의 인연이 다음 포지션 의뢰로 이어지며 현재까지도 그 기업은 김 상무의 중요한 클라이언트 중 하나다.

    인간적 공감대의 힘

    기업 고객 담당자가 내부적으로 곤란한 입장이 된 경우를 알게 된 때가 있다. 후보자와 기업 사이, 이직 조건과 내용을 협의하는 단계에서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견 조율 과정에서 수고가 많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헤드헌터로서 좋은 후보자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제가 기업에 많은 문의와 요청을 드렸는데, 조직 내부적으로 힘든 점도 많으셨죠?”

    “일이 다 그렇죠, 뭐. 괜찮습니다.”

    통화를 마친 금요일 저녁, 김 상무는 그 담당자에게 치킨과 콜라 기프티콘을 선물했다.

    “업무적으로만 사무적으로 일만 했다면 그런 고충을 제가 알기 어려웠을 거예요. 인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가능한 일이라 생각해요.” 이런 관계가 쌓이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김 상무는 스스로 인사팀이라고 생각하며 일한다. ‘내가 인사팀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후보자에게 무얼 중요하게 볼까? 어떤 게 필요할까?’를 고민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 진짜 힘들겠구나. 도와줘야지.” 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공감과 신뢰 관계가 만들어지면 현재 진행 중인 포지션뿐 아니라 앞으로 채용 계획을 알게 되기도 하고 HR 전반 다른 주제에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선순환의 시작이다.

    2. What Next — 기계가 모르는 사람의 온도

    치킨과 콜라가 AI보다 강한 이유

    김 상무의 기프티콘 선물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다. 이는 AI 시대에 더욱 희귀해질 인간 연결의 본질이 아닐까. AI가 최적의 후보자를 추천할 순 있어도, 그 사람이 '정말로' 그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낼지, 이직에 만족할지는 알 수 없다. 고객 담당자의 고단한 마음을 알아주고 치킨을 보내는 건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이다.

    효율성과 속도가 극대화된 세상에서 '진정성 있는 관심'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김미숙 상무의 휴먼 터치는 경쟁력 있는 차별점이다.

    블라인드 평점까지 아는 헤드헌터

    "최근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블라인드 평점이 올라갔어요. 자산운용사는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대표가 바뀌면 조직문화가 달라질 수 있어요.”

    이런 변화를 후보자에게 말해주는 것은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선다. 이는 '업계 내부자'만이 가질 수 있는 맥락적 이해다. 자산운용사 인사 팀장 출신이라는 배경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단순한 산업 지식이나 JD(Job Description)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부 사정과 조직 문화까지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에게 이직 제안을 할 때 회사 내부 사정을 이메일에 자세히 적어 보내요. 그러면, 후보자들이 “역시 자산운용사 출신이라 메일 내용이 다르네요.”라고 말해요. 후보자가 궁금해하는 언어를 감지하는 감정적 번역가가 되는 일, 김미숙 상무의 특별함이다.

    이것이 AI와 인간 헤드헌터의 결정적 차이다. AI는 공개된 정보를 분석하지만, 인간은 '분위기'와 '맥락'을 읽는다. 이런 '문맥적 인텔리전스'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귀해질 것이다.

    기계는 학습하지만, 인간은 성찰한다

    김 상무의 "김미숙 다시 보기"는 단순한 자기 계발이 아니다. “헤드헌팅을 하면서 ‘내가 사람을 이렇게 좋아했나?’를 발견한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나를 발견해 나갈 거예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이런 자기 성찰 능력이야말로 AI 시대 헤드헌터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 같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스스로 성찰하고 계속 진화하는 헤드헌터. 이것이 김 상무가 그리는 미래형 헤드헌터의 모습이 아닐까!

    3. Personal — 실패에서 배운 진실

    첫 번째 깨달음

    평판 조회를 요청받은 적이 있다. 자신이 추천한 A, B 후보자가 떨어지고 배제했던 C가 채용되었다는 소식을 나중에 접했다. C는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이직이 잦았다. 추천하지 않았던 이유다. 스펙이 주목되었던 건지 짐작만 할 뿐, 여전히 이유를 알지 못한다.

    "회사가 생각하는 인재와 내가 생각하는 인재상이 다를 수 있구나."를 배웠어요. 결국은 회사의 조직 문화를 잘 알아야겠다는 결론을 얻게 됐죠.

    3일 만에 퇴사한 후보자

    헤드헌터 입사 2개월 차에 옛 상사였던 모 기업 대표님 회사를 첫 클라이언트로 계약했다. 꾸준히 석세스 케이스를 만들어내는 그녀이기에 혹시, 안타까운 기억이 있을까 물었다.

    입사 3일 만에 사직서를 쓴 후보자가 있다. 한 달만 일 해보고 정말 아니겠다 싶으면 그때 그만둬도 늦지 않다고 만류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그때 상무님 말씀을 들을 걸 그랬어요. 조금 더 일을 경험해 보았더라면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얼마 전 후보자에게 들은 말이다.

    김 상무는 헤드헌터 일 시작 초기에 이 경험을 통해 "이제 다 해봤어. 잘 될 일만 남았어. 앞으로는 잘하기만 하면 돼."라며 자신감을 얻었다.

    4. Advice — 뒤에 올 헤드헌터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일' vs '하고 싶은 일'

    "회사는 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예요."

    경력직의 가장 큰 오해를 지적한다. 후보자들에게 커리어 조언을 종종 요청받는다. 회사는 배움의 장이 아니다. 후보자가 지금까지 해온 일만 본다. 당장 회사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그런 전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

    경력 전환을 위해 학업이나 자격증 취득을 하는 경우 그 효과를 묻는 경우가 있다. 사실 쉽지 않다. 오히려 사내에서 다른 직군이나 프로젝트로의 확장을 시도해 보는 게 현실적으로 유리하다. 규모가 조금 작은 회사로 이직해 업무 영역을 넓히는 경우도 있지만, 헤드헌터로서 그런 포지션을 제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입의 경우, 가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 비록 전공이 조금 상이하더라도 관련 분야 자격증을 공부하는 등의 노력이 정상참작, 가능성으로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경력자의 이직은 좀 다르다.

    연봉 인상이 우선

    "헤드헌터가 후보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첫 번째는 현재보다 연봉을 올려주는 것이어야 해요."

    이직하면서 연봉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후보자는 대부분 최종 단계에서 “다시 생각해 보니, 제가 갈 이유가 없어요.”라고 말하게 돼요. 이직하면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고 경력 계발에 도움이 되지만 연봉이 조금 깎여서 가야 된다는 제안은 헤드헌터로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음 이직 때 그 직전 연봉이 영향을 많이 미치니까.

    인연의 끈 놓지 않기

    "답은 내 주변에 있어요. 나와 인연을 맺어왔던 모든 인물들에게 답이 있거든요."

    주변을 잘 살펴보라는 김미숙 상무의 당부에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내가 알아 왔던 모든 사람에게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5. Philosophy — 김미숙에게 헤드헌팅이란

    "김미숙 다시 보기"

    “이 일을 하며 저를 되돌아보게 되어요. 잘 몰랐던 나를 찾아가며, 나를 발견하는 과정. 내가 사람을 좋아하고, 깊이 있게 인연을 맺어가는 걸 좋아하더라는걸 알아가고 있어요."

    좋은 헤드헌터의 정의

    좋을 '好(호)'자로 '好好好(호호호)'라고 생각해요. 클라이언트든 후보자든, 그리고 나에게도 모두에게 좋음을 전해주는 것.

    “좋은 헤드헌터란, 모두에게 “좋음”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아닐까요.”

    Epilogue — 진정성이 만드는 선순환

    김미숙 상무의 헤드헌팅은 '일'이 아닌 '즐거움'이다.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를 도와주고,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그녀에게 천직이다. 그 진정성이 클라이언트와 후보자 모두에게 전해져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고 또 好好好를 전한다.

    "주변을 잘 살펴보세요. 놓치고 가는 사람은 없는지. 항상 답은 내 주변에 있거든요."

    * 인터뷰어, 편집: 헤드헌터 전혜영

    * 인터뷰이: 헤드헌터 김미숙 상무(meesook.kim@acepartn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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